<사설> 이민정책, 그 심각한 파장

기사입력 2010.02.12 |최종수정2010.02.15 14:25:17
주초 발표된 이민정책이 교육계에 심각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과 높은 영어실력을 보유한 이민자들을 수용하겠다는 크리스 에반스 이민장관의 발언으로 종합대학들은 반사이익을 보겠지만 사설직업대학들은 된서리를 맞은 격이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지원금 부족으로 볼멘소리를 내온 종합대학들은 이번 발표로 이민을 원하는 유학생들의 신규등록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사설직업대학들은 오는 4월에 이민 직업군에서 제외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에반스 이민장관은 이번 발표에서 이민자 유입을 통한 목표인 숙련근로자 부족을 채우는데 불필요한 제도를 없애고 필요한 우수인력을 가능한 빠르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의 일환으로 정부가 추산한 기술부족직업군(MODL)이 아닌 각 기업과 지역이 필요한 인력을 뽑아 이민을 신청하는 고용주지명계획(ENS)과 지역후원이민계획(RSMS)을 적극 지원할 뜻을 표했다. 또 호주의 공용어인 영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이들을 배제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에반스 장관의 이같은 설명은 이번 정책 발표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결국, 불필요한 제도로 규정된 MODL은 폐지하고 기업의 필요인력이 확실한 ENS 신청자를 최우선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또 현재 필요인력이 어떤 분야인지 기술직업군(SOL)을 재정비해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민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호주생활에 필수적인 것은 물론 이민자 피해 이유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영어실력을 검증해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뜻이다.
그의 발언과 발표 내용을 비교해 보면 명분과 당위성에서 어긋나는 것은 없어 보인다. 그동안 수차례 지적돼 왔던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보다 나은 이민정책 수립을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여질 정도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반영이 결여됐다는 것은 가장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갑작스런 대폭 변경 예고로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가장 먼저 우려를 표명한 곳은 미용, 요리학교로 대변되는 사설직업대학들이다. 이들은 이번 발표에 따른 악영향이 포착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사설직업대학들은 SOL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유학생 신입등록이 안 되고 있다고 보도됐다.
산업계도 회복세를 타고 있는 호주경제가 인력난으로 난관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회복세에 탄력을 주기 위한 인력 공급이 지연되고 결국 경제회복을 더디게 하거나 불가능케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현재 영주권을 준비하던 유학생들도 불안감에 떨고 있다. 40만 유학생의 70~80%인 30만명 가량이 영주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직업학교 단순기술직(trade occupation) 학과 재학생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들 단순기술직이 오는 총리자문 독립기관인 호주기술(SA)이 4월30일 발표할 예정인 SOL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외된다면 현 재학생들은 영주권에 희망을 접어야 한다. 직업준비프로그램(JRP)와 영어점수 상향으로 까다로워진 영주권 가능성이 완전히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SOL에서 제외된다면 유일한 해결책은 고용주지명계획(ENS)이 남는다. 이에 ENS 신청자격이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일부 직업학교에서는 돌고 있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민부의 갑작스런 정책 변경이 교육계, 산업계 그리고 호주경제에 더 큰 문제 가능성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유예기간을 늘리는 것은 물론 교육산업계의 입장을 반영해 대안을 만들지 않는다면 심각한 파장이 호주경제를 휩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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