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시 - 잘 살아왔구나, 스무 살의 그대
주 선 영
낯선 땅에 또아리를 틀기 전
두려움은 없었을까
멀리 뛰어 오르기 위해 발 디딤을 하면서
추락이 두렵지는 않았던가
지식의 混濁(혼탁)에 미끄러져 상처는 없었던가
새벽에서 아침으로
저녁에서 밤으로 가는 건널목에서
두려움으로 혹 주저앉은 적은 없었던가
두고 온 모국의 안부가 궁금하고 그리웠던 이 땅에
후미진 곳에서 동포의 인권이 무너져 내린 이 땅에
헤진 마음 걸친 이민동포들이
가파른 등으로 서로 온기를 나누며 살 던 이 땅에
指標(지표)를 세우고 닻을 내린 ‘호주 동아일보’
첫 울음을 울고 첫 걸음마를 떼었을 때
이렇게 성성한 청년으로 살아낼 줄을 꿈이나 꾸었을까
이제는 그만 걸어도 좋겠다
이제는 훨훨 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
더 먼 곳의 안부와 좁디 좁은 골목골목에 분분히 날리는
사연들을 탐구하고 拔萃(발췌)하고 보듬어
여기저기 흩어져 마음 다지지 못하고 사는
동포들의 마음 깃을 여며야 할 때
잘못된 소통이 주는 오해도 너그러이 안을 줄 아는
정신이 지혜로운 청년의 모습으로 일관되게 살아야 하리
스무 살까지 잘 살아왔구나, 그대
두려움도 지고 갈 수 있는 스무 살
스무 살까지 살아 오는 동안 참으로 험준했으리
그러나 이제는 至難(지난)했던 시간들
다 태워 시드니의 빛이 되어야 하리
앎의 권리가 온전히 필요한 동포의 사회에
전령사가 되어주는 빠른 신문, 정직한 신문
그리하여 친구 같은 신문이 되기를 바라노니
앞으로만 걷지 말고 뒤도 옆도 돌아보며
천천히 가볍게 그러나 신중한 모범으로 견디어 내어
스물에서 서른, 서른 지나 마흔, 마흔 지나
백살에 이를 때까지 동포사회의 방향판이 되기를
그리하여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의 신문으로
동포들과 더불어 長壽할 것을 바라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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